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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 vs 코발트, 누가 더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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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 vs 코발트, 누가 더 귀한 몸?

2018.03.20 13:36

지난주 월요일(3월 12일) 동아일보 경제(B)섹션 1면 톱은 포스코와 삼성SDI 컨소시엄이 칠레에서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하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기사였다. 칠레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53%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현지에서 채굴한 리튬으로 연간 3200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해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에 먼저 공급하고 차후 생산량이 늘면 다른 판로도 개척한다는 것이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이 칠레에 있다. 칠레 마리쿤가 염호(소금호수)의 모습으로 여기서 리튬을 추출한다. 배경에 흰 모래처럼 보이는 게 소금이다. 최근 국내 두 기업이 연합해 칠레 리튬으로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사업권을 따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이 칠레에 있다. 칠레 마리쿤가 염호(소금호수)의 모습으로 여기서 리튬을 추출한다. 배경에 흰 모래처럼 보이는 게 소금이다. 최근 국내 두 기업이 연합해 칠레 리튬으로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사업권을 따냈다. - 위키피디아 제공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모바일 전자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배터리(여기서는 2차 전지, 즉 충전지를 의미한다)가 주요 산업의 지위에 올랐다면 전기차가 엔진차를 대체하는 머지않은 미래에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다. 전기차 한 대에 필요한 배터리는 휴대전화 3000대에 들어가는 용량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중국과 함께 배터리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장밋빛 미래인 셈이다.

 

그러나 리튬이온배터리 얘기가 나올 때면 늘 나오는 리튬 수급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현재 매장량으로 전기차 시대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회사들이 거금을 투자해 배터리공장을 키웠다가 리튬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오지는 않을까. 중국은 자국의 자원은 유출을 막고 외국의 광산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데 우리는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막연한 불안 속에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칠레 양극재 생산 프로젝트 사업자에 선정됐으니 대문짝만한 기사가 나갈 만도 하다.

 

전기차는 20세기 말 또는 21세기의 발명품이 아니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막 나오던 무렵 전기차의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았다. 사진은 1899년 벨기에에서 출시된 납산배터리 전기차 ‘라자메콩텐트(La jamais contente)’로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를 돌파한 자동차다. 그러나 엔진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1920년에는 전기차의 비율이 4%로 급락했고 그 뒤 거의 자취를 감췄다. 고유가와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속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개발되면서 100년 만에 전기차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기차는 20세기 말 또는 21세기의 발명품이 아니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막 나오던 무렵 전기차의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았다. 사진은 1899년 벨기에에서 출시된 납산배터리 전기차 ‘라자메콩텐트(La jamais contente)’로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를 돌파한 자동차다. 그러나 엔진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1920년에는 전기차의 비율이 4%로 급락했고 그 뒤 거의 자취를 감췄다. 고유가와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속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개발되면서 100년 만에 전기차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원자량으로 따지면 7대 59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필자는 문득 지난 가을에 한 인터뷰가 생각났다. 유니스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조재필 교수를 만나 리튬이온배터리 연구상황을 듣다가 시장이 계속 커질 거라는 대목에서 필자가 “그러면 리튬 수급에 문제가 없겠느냐?”고 묻자 조 교수는 “걱정할 것 없다”며 “정 안 되면 바다에서 추출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바닷물에 리튬이온이 미량 녹아있기 때문에 리튬이 고갈될 염려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리튬 가격이야 좀 올라가겠지만 배터리산업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군요...”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필자는 속으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연구하는 분의 입장에서야...’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연초에 과학월간지 ‘Scientific American’ 1월호를 뒤적거리다 ‘Cobalt Blues’라는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물감 얘기인 줄 알고(청색 가운데 코발트블루라는 색이 있다) 반가워서 읽어봤는데 알고 보니 리튬이온배터리 얘기였다. 전기차로 리튬이온배터리 수요가 커질 때 수급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재료는 리튬이 아니라 코발트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기사였다. 순간 조 교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뜨끔했다. 코발트는 정치가 불안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이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이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고 궁금증이 더 커진 필자는 논문을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에너지 분야의 학술지 ‘줄’에 실린 논문으로(줄(joule)은 에너지 단위다) MIT의 엘사 올리베티 교수를 비롯해 미국 재료과학자(공학자) 네 사람이 저자다. 이들은 2025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 수요와 배터리 원료 공급을 예측하는 시나리오를 돌려본 결과 병목(bottleneck)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원료가 리튬이 아니라 코발트라고 주장했다. 리튬 수급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2025년까지는 바다에서 추출하는 걸 고민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지금 리튬이온배터리 얘기를 하다가 왜 코발트를...’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 리튬이온배터리에 리튬만 들어가는 건 아니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음극재는 보통 흑연(탄소)을 쓰므로 걱정이 없지만 문제는 양극재다. 보통 리튬금속산화물(LiMO2로 나타내는데 M이 금속(metal)이다)을 쓰는데,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이 가장 우수한 양극재로 오늘날 모바일 전자기기에 쓰이는 배터리 대부분에 쓰인다.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이 양극재인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를 도식화한 그림으로 왼쪽 양극(cathode)의 녹색 알갱이가 코발트원자이고 파란 알갱이가 산소원자다. 기기를 사용할 때, 즉 방전(discharge)될 때는 음극(anode)의 전자(e-)와 리튬이온(Li+)이 양극으로 이동한다(전자는 전선을 따라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과해). 충전(charge)은 외부에서 전압을 걸어줘 반대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 ‘Energy Environ. Sci.’ 제공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이 양극재인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를 도식화한 그림으로 왼쪽 양극(cathode)의 녹색 알갱이가 코발트원자이고 파란 알갱이가 산소원자다. 기기를 사용할 때, 즉 방전(discharge)될 때는 음극(anode)의 전자(e-)와 리튬이온(Li+)이 양극으로 이동한다(전자는 전선을 따라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과해). 충전(charge)은 외부에서 전압을 걸어줘 반대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 ‘Energy Environ. Sci.’ 제공

리튬은 양이온의 형태(Li+)로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이를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충전된 상태) LiC6(음극) + CoO2(양극) ⇆ C6(음극) + LiCoO2(양극) (방전된 상태)

 

여기서 C6은 흑연의 육각형 고리를 이루는 탄소원자 여섯 개를 의미한다. 즉 충전을 하면 음극에서 탄소분자 여섯 개에 리튬이 하나꼴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반면 방전이 됐을 때(기본 상태) 양극에서는 리튬과 코발트가 1:1이다. 그런데 리튬은 원자량이 7(양성자 3개, 중성자 4개)에 불과한 반면 코발트는 59(양성자 27개, 중성자32개)나 된다. 따라서 무게로 따지면 리튬이온배터리에는 리튬보다 코발트가 8배 이상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게 리튬이온이므로 이름은 리튬이온배터리다.

 

한편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성능은 약간 떨어져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혼합금속산화물을 양극재로 쓴다. 즉 코발트에 니켈(Ni), 알루미늄(Al), 망간(Mn)을 적당한 비율로 조합한 형태다. 오늘날 전기차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산화물(LiNi0.8Co0.15Al0.05)이 양극재인 리튬이온배터리를 쓴다. 그래도 무게로 따지면 여전히 코발트가 더 많이 들어간다(리튬 1에 코발트 1.28)!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속도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성장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오늘날 전기차 혁명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2016년 야심작 ‘모델3’를 공개했다. 3만 달러 대 보급형으로 사전 예약만 45만 건이 넘었고 지난해 소량 생산되기 시작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내년쯤 우리나라에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모델3 기본형에는 50kWh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돼 한 번 충전에 350km를 갈 수 있고 장거리형은 75kWh로 500km를 갈 수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속도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성장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오늘날 전기차 혁명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2016년 야심작 ‘모델3’를 공개했다. 3만 달러 대 보급형으로 사전 예약만 45만 건이 넘었고 지난해 소량 생산되기 시작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내년쯤 우리나라에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모델3 기본형에는 50kWh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돼 한 번 충전에 350km를 갈 수 있고 장거리형은 75kWh로 500km를 갈 수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한편 다른 업체들은 리튬니켈망간코발트산화물을 양극재로 쓰는데 배합비율에 다른 두 가지가 쓰이고 있다. 니켈, 망간, 코발트의 비율이 1:1:1인 유형은 무게비로 코발트가 리튬의 2.8배이고 비율이 6:2:2인 유형은 1.7배다. 전기차 배터리조차도 양극재에 리튬보다 코발트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논문은 먼저 니켈과 망간, 흑연의 상황을 간단히 언급하는 데 적어도 2025년까지는 걱정할 일이 없다고 한다. 다음으로 리튬을 보면 앞의 원료들보다는 빡빡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추정 매장량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최근 불과 2년 사이 추정 매장량을 세 배로 올렸다. 게다가 논문에서도 미래의 리튬 공급원으로 바닷물을 언급하고 있다.

 

다음으로 코발트를 분석했다. 코발트는 크게 두 가지 광산에서 나온다. 먼저 니켈광산으로 니켈을 얻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코발트가 나오는데 양으로 따지면 니켈의 5% 수준이다. 이 경우 니켈의 수요가 변수로 공급과잉이 돼 니켈을 뽑아내지 않으면 코발트 생산도 중단된다.

 

다른 하나는 콩고에 있는 구리광산으로 코발트의 양은 구리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가격으로는 비슷하다. 따라서 코발트는 부산물이 아니고 구리 수급 때문에 생산이 중단될 일은 없다. 다만 콩고의 정치상황과 캐낸 코발트 대다수가 중국으로 건너가 정제된다는 게 불안요소다.

 

리튬(위)과 코발트(아래)의 국제무역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로 연결선의 빨간색 끝이 수출국, 녹색 끝이 수입국이다. 리튬은 칠레와 아르헨티나,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로 분산돼 있는 반면 코발트는 콩고와 중국 두 나라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콩고에서 캐낸 코발트는 중국에서 정제된다. 배터리 수요가 늚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생산국은 코발트 수급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 - ‘줄’ 제공
리튬(위)과 코발트(아래)의 국제무역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로 연결선의 빨간색 끝이 수출국, 녹색 끝이 수입국이다. 리튬은 칠레와 아르헨티나,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로 분산돼 있는 반면 코발트는 콩고와 중국 두 나라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콩고에서 캐낸 코발트는 중국에서 정제된다. 배터리 수요가 늚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생산국은 코발트 수급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 - ‘줄’ 제공

2016년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는 연간 5만 톤 규모다. 연구자들은 추후 배터리 수요에 따른 시나리오를 두 가지 마련했다. 먼저 수요 증가율이 낮은 시나리오(L)로 2025년 연간 코발트 수요가 13만6000톤이다. 낮은 게 이 정도니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배터리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커질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가율이 높은 시나리오(H)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수요가 33만 톤에 이른다. 그렇다면 코발트 공급은 어떨까.

 

2016년 현재 코발트 생산량은 12만 톤 규모인데 새로운 광산이 계속 개발되면서 2025년에는 낮게 잡으면 16만 톤에서 높게는 3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배터리 시장이 L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생산량이 16만 톤 수준이면 문제가 될 수 있고(배터리 말고 다른 데도 써야 하므로) H 시나리오가 된다면 생산량이 30만 톤 수준이라도 답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리튬(왼쪽. 기름에 넣은 상태)과 코발트(오른쪽).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귀한 대접을 받을까? - 위키피디아 제공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리튬(왼쪽. 기름에 넣은 상태)과 코발트(오른쪽).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귀한 대접을 받을까? - 위키피디아 제공

 

 

코발트 프리 아직은 무리...

 

먼저 재활용(recycling)을 생각할 수 있다. 배터리는 폐쇄 시스템이므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배터리 속 리튬과 코발트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만 전기차는 이제 막 보급되는 단계라 전기차 배터리에서 회수한 코발트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건 한참 뒤의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시점에서도 때로는 용량이 꽤 남아있으므로 이를 바로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리드(grid) 시스템 등에 한동안 사용한 뒤에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코발트를 쓰지 않는(cobalt free) 양극재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양극재는 이미 나와 있지만 아직 전기차에 쓸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코발트가 이처럼 중요한 건 코발트이온의 전자배치가 독특해 이온의 크기가 아주 작고(특히 리튬이온이 들어왔을 때인 Co3+에서) 안정된 층상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피와 무게가 중요한 요소인 휴대전화나 노트북 배터리의 양극재로 리튬코발트산화물을 쓰는 이유다.

 

현재 개발된 코발트 프리 양극재는 전기차용으로도 어렵고 잘해야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그리드 시스템에 쓰일 전망이다. 한편 최근에는 층상 구조가 아닌 양극재를 만드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 경우 몰리브덴(Mo)과 크롬(Cr) 등 다른 금속화합물이 쓰여 높은 에너지밀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 검증 등 상용화까지 이르려면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논문의 범위인 2025년까지는 전기차용 코발트 프리 배터리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자는 얼마 전 7년 동안 쓰던 노트북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새로 하나 장만했다. 고쳐 쓸까 하다가 배터리도 바꿔야 되고(충전해도 두 시간을 못 버틴다) SSD 용량도 늘려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한 100만 원 보태(?) 새 걸 사기로 한 것이다. 무게 1kg도 안 되는 이 노트북에는 72Wh 대용량의 초고밀도 배터리가 들어있다는데 한 번 충전에 20시간 가까이 쓰는 것 같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며칠에 한 번 충전을 할 때면 자판 아래 배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상상해본다. 어댑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전압이 걸리면 양극에 결합돼 있던 리튬이온이 떨어져 나와 전해질로 흩어진다. 이때 코발트이온도 +3에서 +4로 산화하면서 전자가 전선을 따라 음극 흑연으로 이동한다. 한편 음극 주변에 있던 리튬이온은 음극에 끌려 흑연 층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양극의 리튬이온과 전자가 음극으로 다 옮겨가면 충전이 끝난 것이다. 조재필 교수의 말에 따르면 흑연에 리튬이온과 전자가 채워지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눈을 감고 심안(心眼)으로 그 장면을 그려본다.
 
“흑연 사이로 리튬이온이 들어가면 시커먼 전극(음극)이 황금색으로 바뀌면서 빛을 냅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죠.”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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